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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마대 요셉의 가상 일기 김문경 2019-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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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몇 해전에 써 놓았던 글을 올립니다.


아리마대 요셉의 일기

 

죽음 뒤에는 무엇이 있을까?

? 무엇 때문에? 모든 사람들은, 심지어 확신에 찬 무신론자들까지도, 결국은 죽음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일까? 정말 죽음 뒤에는 아무 것도 없는 것일까?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글자 그대로 완전한 진공상태일까? 그리고 나아가 완전한 무란 대체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모든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죽음을 두려워한다. 그 사실 자체는, 죽음 이후의 세계가 완전한 무로 끝나는 것이 아님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무언가 지금은 흐릿해서 잘 모르지만, 또 다른 세계로의 진입을 뜻하는 반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요즈음에 늘상 날 지배하고 있다.

 

선인과 악인이 두루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심판이 그 뒤를 따른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을까?

착하고 선하고 거룩한 삶이 보상을 받지 못한다면 그것처럼 허망한 것도 없으리라.

악하고 가증스럽고 무자비한 삶에 아무런 책임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그 또한 허망한 일이리라.

 

물이 존재하기 때문에 갈증을 느끼는 거다.

갈증이 없다면 물이 존재할 리가 없다.

천국과 지옥이 없다면, 정작 우린 그러한 개념조차 가질 필요가 없는 것 아닌가?

 

현실의 삶은 미래에 투영, 결정되는 것이다.

고로, 인간의 경계를 훨씬 넘는, 어떤 뜻이 반드시 있을 것이고, 그 존엄한 뜻은 현세의 삶 이후에도 우리 모두에게 분명히 미칠 것이며, 작용할 것이 명백하다.

 

아득한 전설이다.

꿈과 같은 초월의 세계에서나 도달할 수 있는 미지의 영토일 것이다.

그러나, 언젠가는 급기야 도달하고야 말, 그러한 본질적이자 엄숙한 본향일 것이다.

 

허나, 그 세계에서 만일, 영적인 우산이 없다면 비를 맞게 되지 않을까?

그럼, 그 우산은?

어떻게 하면 그 세계에서 비올 때, 우산이 없이 비를 맞지 않을 수 있을까?

 

잠이 쉽게 들지 않는다. 선 잠은 자주 새벽녁이 되어서야 비로서 몽롱한 상태인 나를 깨웠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지금은 그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지만, 그 어떤 뜻에 따라 사는 게 마땅한 일일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내가 추구해야 할 인생의 진리일 것이다. 내 비록, 세상이 주는 권력의 달콤함에 때로는 취하지만, 이렇게 사는 것만이 내 삶의 정답은 정녕코 아니리라.

 

언제부터였던가?

내가 마음 속으로 그 사람, 갈릴리 사람 예수라고 하는 젊은 사람, 이 요즈음 설파하고 다니는 말씀을 풍문으로 들어왔지만 그것이 참으로 진정한 진리일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옳고 정곡을 찌르는 핵심은 진작부터 나의 뇌리에 깊숙이 꽂혔다. 그것이 바로 내가 그토록 찾아 헤매는 영적 우산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러한 우산 없이 바로 그 알 수 없는 세계로 진입한다는 것은 참으로 무모한 모험이라는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나는 어느새 그 젊은 갈릴리 사람 예수의 정신적, 영적인 제자가 되어 있었다.

 

돌아보건대 나에게도 잠시 영적인 혼란기가 예고도 없이 찾아온 적이 있었으나, 진리의 빛이 찾아와 비추어 줌에는 모든 의심의 그림자는 급기야 장막을 거두어 갔고, 그 환한 빛 가운데에서 나는 과거의 내가 아니라, 새로운 세계를 향하여 과감하게 걸어나가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지금의 나를 과감히 벗어 던져버리고 누구들처럼 당장 그를 따라 나설 순 없다.

 

내가 나를 생각해도 나는 그리 담대한 사람이 아니다. 그 진리의 빛을 따라 살기로 다짐했지만 여전히 나는 나의 믿음을 드러낼 수가 없었다. 만천하에 나의 생각을 드러내기에는 나는 너무 왜소했다. 아니다, 신앙인 이전에 공회원으로써의 틀에 안주함이 주는 안온한 일상이, 공공연히 나의 내부의 모습을 외부로 드러내는 것을 막았다는 것이 맞는 말이다. 그것이 백 배 천 배나 현실적 삶이었고, 나에게 있어서는 중요한 것이었다. 나는 적당히 부를 누리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는 산헤드린공회원이다.

 

산헤드린공의회는 로마제국이 인정하는 유대인들의 대표 기관이자 최고의 의결기관이다. 비록

지금은 로마제국의 지배하에 있지만 우리 유대 왕국의 정치기구이며 종교적 분쟁에 대해 결정권

을 갖고 있다. 유대인들 중 사두개인과 바리새인들 70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하나 같이 똑똑하

다고 자부하는 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 만큼 그들의 자만심은 하늘에까지 닿아 있다.

 

그러니 그러한 막강함은 동시에 많은 문제점을 함께 지닐 수 밖에 없다. 동족을 위한다는 명목 하에 수많은 오류와 잘못, 심지어 보신을 위하여서는 갖은 악행도 때로는 서슴치 않았다. 전체의 이익보다는 개인적 이익이 자주 앞장을 섰고, 우리 동족 유대인을 감싸기보다는 로마제국을 향한 눈치 작전이 무엇보다도 우선이었다. 목전의 이익 앞에서의 공회원들의 단합은 어찌 그리도 쉽게 일치를 잘 보았으며, 나를 포함하여 모든 공의회 의원들은 동족들의 피눈물은 언제나 뒷전으로 물리기 일쑤였다. 나 또한 그러한 부류에서 제외될 수 없는 부끄러운 사람임을 고백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일찌감치 느낀 문제이지만 언제부터인가 그 젊은 갈리리 예수에 대해 산헤드린 공회원들의 악의가 공공연히 드러나고 있었다. 자신이 바로 하나님의 아들이며, 동시에 우리 유대 동족이 그리도 목말라하는 메시아라니 어디 말이나 되는가 하는 게, 그들의 일치된 견해였다. 이 일치된 견해는 급기야 살의에까지 이르게 되었고, 얼마 전에 있었던 성전 앞마당에서의 그에 의한 한바탕 소동은 공회원을 위시한 대제사장, 서기관들 즉, 기득권층의 최우선 제거 대상으로 당연히 귀결되게 되었다.

 

그 날이 문제였다.

 

날이 새자, 산헤드린 공회당 앞 광장은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은 물론이고 계획된 인물들 그리고 영문도 모르는 채 구경 삼아 자리를 한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이윽고 빌라도 총독 무리가 그 젊은 갈릴리 사람 예수를 끌고 왔고, 한 인간에 대한 서슬퍼런 단죄의 시간이 되었다. 이미 대세는 기울어져 있었다. 그에 대한 나의 무죄 의견은 다만, 소리의 아우성에 압도된, 빛 바랜 하나의 소수 의견이었을 뿐이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이미 그 젊은 사람의 사형 쪽이었다. 우물쩍거리는 총독 빌라도가,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그 엄정한 자리에서 빠져 나오려고 애쓰는 가운데, 거기에 있었고, 산헤드린 공회당 앞에서의 대세는 그 갈릴리 예수를 무참하게 십자가형으로 제거하는 하는 것으로 결론지어 가고 있었던 것이다. 동원된 우매한 군중들, 바위 같이 흔들림 없는 대제사장을 위시한 서기관들의, 살의가 만든 옹고집, 그리고 나머지 공회원들의 무언의 합의는 거대한 파도가 되어 나의 소수적 의견을 일시에 매장해 버렸고, 빌라도의 태도도 평소의 그와는 대조적으로 허둥거리다가 일순간에 침몰되었다.

 

, 갈릴리 사람 예수의 사형 선고는 그렇게 끝나버렸다.

 

그건, 나를 둘러싸고 있는 정치적, 사회적 환경의 일방적인 승리였다.

또한 영적인 대결 선상에서 악한 것들의 일시적이고도 표면적인 승리였다.

때로는 영적인 것도 한갓 사치에 불과한 것이런가?

 

막이 내렸다.

 

, 갈릴리 사람, 예수 그리스도, 그분이 죽었다.

처참한 극한의 고통 속에서 마지막 숨이 멈췄다.

십자가에 달려 33세의 짧지만 굵은 생을 마감했다.

 

그런데……

없다.

아무도 없다.

3년간 그분을 따라다녔다던 제자들마저도 없다.

 

시신을 거둘 자가 없다.

도무지 없다.

나 이외에는………

 

큰일이다.

시간이 없다.

지금 바로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면, 주검은 새들의 먹이가 될 것이 자명하다.

 

밤새 굶주린 새들이 먼저 눈알과 창자를 뜯어 낼 것이다.

오장육부를 거덜내고 사지는 훼손될 것이다.

파리가 날아들고 급기야 알이 슬 것이다.

주검은 부풀어 오를 것이다.

온갖 벌레들이 들썩일 것이다.

냄새는 천지를 진동시키고 온 예루살렘, 유대 땅에는 죽음의 그림자가 덮을 것이다.

흉하고 참혹한 모습에 사람들은 치를 떨 것이고,

하늘에는 검은 독수리의 활강만이 자유로울 것이다.

시즙은 급기야 서서히 말라가고,

세상은 급기야 숨을 죽이고 몸을 숨긴 채,

공포감만이 천지를 지배하는 가운데 로마제국의 광포한 위세가 하늘을 찌를 것이다.

 

가만 있자.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내일이 오기 전에 빨리 서두르자.

 

그분의 시체를 인수 받자!

그리고 성의를 다해, 장사 드리자.

그게 하늘이 정해 준, 나의 영적 스승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자 책무일 것이다.

.

그런데?

그자, 빌라도가 순순히 내어 줄까?

권력의 최상층에서 춤을 추고 있는 그자가?

로마 황제보다도 이곳 유대 땅에서만큼은 더욱 위세 당당한 그,

권력의 생리를 너무나 잘 알고 있으며,

그것이 주는 막강함에 늘 취해 있고,

안하무인적이지만 언제든지 뱀처럼 지혜로운 그,

그리고 총독의 자리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허락하는가?

무한질주 하고픈 마력의 자리가 아닌가?

자신의 말 한마디가 규칙이고 때로는 법이다.

 

그런, 그가 순순히?

 

경우에 따라선 내 공회의원 자리가 불안하기도 하다.

명예와 지위를 일순간에 잃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같은 동족인 유대인들의 비난의 화살은 더욱 날카로울 것이다.

단란한 내 가족의 안위도 신경이 쓰인다.

잘못되면 내 모든 것들이 일시에 무너지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어차피 인생은 도박이다.

그러니 의로운 일에 내 인생 전체를 걸어본들 큰 문제가 되겠는가?

이제 남은 건 실행뿐이다.

과감한 그것의 실행!

 

오늘은 참으로 긴박하게 돌아 간 날이다.

해가 지고 밤이 오기 전에 빨리 서둘러야 한다. 마음이 급하다. 시간이 없다. 초조하다. 입술이 바짝 말라 온다. 밤이 되고 새 날이 밝아오기 전, 나는 해가 깊어짐에 따라, 마음이 급한 가운데, 빌라도 총독 관저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서늘해진 공기가 가슴 안쪽으로 슬그머니 밀려들어 왔다. 전날 밤, 나의 가슴에 벅차 올랐던 그 결의는 나도 모르게 오늘 낮에 벌어졌던 그 엄청난 사건으로, 증발해버렸는지 온데간데 없고, 내 자그마한 결의는 찬 밤 이슬이 가슴에까지 와 닿는 것처럼 차겁게 느껴지면서, 나는 고독에 얹혀져 외로움에 떨고 있었다.

 

저 멀리 총독관저가 보였다.

그리고 관저 보초병이 아른거렸다.

 

이윽고 모습을 보이는 빌라도 총독,

잔뜩 위엄을 부리며 천천히 다가오는 빌라도,

정장으로 바닥을 쓸면서 거만하게 천천히 딛는 발걸음에 비해,

의외로 얼굴은 조금 초췌해 보이면서도 미간에는 귀찮은 기색이 역력하다.

그도 갈릴리 예수의 사건으로 오늘 골치 꽤나 썩었던 모습이다.

 

공회원?

무슨 일인가?

이렇게 날이 저물어 가는 늦은 시각에?

 

총독 각하!

그 갈릴리 사람, 예수의 시체를 저한테 넘겨 주시기 바랍니다.

 

이 말 속에는 참으로 많은 것들이 내포되고 있었다.

나의 모든 것이 함께하고 있었다.

나 자신의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몰락, 정치적 위기는 물론이고,

내 동족 유대인들과의 격리와 단절, 정신적 박탈감마저도,

하다못해 내 가족의 안위는 물론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하나뿐인 나의 목숨까지도…….

 

이미, 나의 굳은 의지가 담긴, 그 말은 나의 입술을 떠났다.

화살과도 같이 빠르게 돌진하여 빌라도 총독의 귀에 명중되었다.

 

내 말이 정통으로 그의 생각의 과녁에 꽂혔는지,

한없이 늘어진 시간 속에서,

잠시 무언의 순간,

그의 입술이 파르르 떨림과 동시에,

알 수 없는 묘한 표정이 빌라도의 얼굴에 서서히 번져갔다.

수많은 생각들이 그의 머리 속에서 엉켜 붙어 중심을 잡지 못하고 난리를 치고 있는 듯,

왼쪽 눈썹은 위로 치켜져 올라가고,

오른 쪽 아래 입술 밑에 자그만 경련이 비치더니,

그의 주먹 양손이 불끈 쥐어지는 게 동시에 느껴지면서,

아득한 시간이 흐르는 것 같은 찰나가 한없이 중첩되고 있을 그 때!

 

거기 아무도 없느냐?

 

언제 대기라도 하고 있었던 것처럼 십자가 현장 책임자, 백부장이 득달같이 대령하였다.

! 부동자세로 얼어붙어 있는 그를 향하여

빌라도 총독이 명령했다.

 

예수, 그자의 시체를 이 사람에게 넘겨주어라!

 

!

너무나 단순 명료하였다.

 

아리마대 사람 요셉이 예수의 제자나 유대인을 두려워하여 은휘하더니 이 일 후에 빌라도더러 예수의 시체를 가져가기를 구하매 빌라도가 허락하는지라 이에 가서 예수의 시체를 가져가니라”( 19:38)

 

사람의 생각이라는 게, 어느 시점에서는, 본래 그렇게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영적인 것은 저 하늘과 같았다.

서러울 정도로 단순하고도 명료한 것이 분명했다.

 

공연한 걱정과 쓸데없이 불안한 마음으로 가슴을 졸이다니…..

이것이 나의 한계인지도 모르겠다.

 

눈물이 앞을 가렸지만,

이윽고 나의 내부는 평온했다.

한계를 넘어버린 슬픔은 건조한 눈물로 반응되는 것일까?

 

시종을 시켜도 충분히 될 일이지만,

내가 직접 나섰다.

향유로 그 몸을 닦아 냈다.

고통이 파고들었던 몸은 차라리 아름다웠다.

야위고 뒤틀리고,

뜯겨져 나가 무참해 버려,

만신창이 된 그 몸,

거기서 스쳐간 모든 악한 것들의 만행의 흔적들,

악행의 뒤 끝은 차라리 엄숙했다.

 

니고데모의 향유는 이때를 위해 준비되었는지 충분했다.

결 고운 세마포는 정결했고,

돌무덤 속은 향유 향기로 가득했으며,

주변의 공기는 정화된 듯 전혀 새로웠다.

 

정지된 시간 속에서 정성을 다했다.

머리부분에서부터 싸매기 시작한 세마포가,

, 어깨, 가슴, , 허리, 궁둥이, 무릎, 장딴지, 발로 이어지다가,

이제 서서히 마무리 단계로 진입할 그 순간,

 

!

시간의 질량이 변하더니 천천히, 느리게 흐르기 시작했다.

나의 영혼, 내부 깊숙한 곳에서부터 발현되어, 눈꺼풀에 도달된 눈물 방울 하나,

넘쳐 흘러 오른 쪽 볼을 타고 아래로, 서서히 의미를 담아 가던 끝에, 

내 손, 그러니까, 내 오른 손, 손등 정 중앙을 향하여 나도 모르게 떨어져 출발하기 시작했다.

천천히 움직이며 아래 방향으로 한없이 접근해가는 내 눈물 방울,

횃불이 미풍에 가볍게 일렁이자,

빛의 굴절로 보석과 같이 영롱해진 그것은,

단지 갈릴리 예수님의 몸에서만 발생된 그 가없는 슬픈 중력에 의해,

조금씩,

조금씩,

아래로,

아래로,

지구 중심 축을 향하여,

그 장엄한 주검으로 추락해 가는 나의 순전한 마음이었다.

 

마침내 그 지점,

내 오른 손 검지 손톱 위에서,

비스듬히 충돌해 터져 버리다가 천천히 비산되어,

그 고운 세마포 마지막 매듭 속으로 조용히 스며들어버렸다.

 

찬란히 부서져 버린 갈릴리 사람, 예수 그리스도,

꽃이 되어 시처럼 산화한 그 순결한 불꽃.

그는 시가 되어 거기에 있었고,

내 눈물 방울은 그분과 함께 마침내 하나가 되었다.

 

그 날 밤,

나는 죽은 자처럼 깊은 잠에 빠졌었다.

거의 혼수상태로 이어진 긴 편안한 밤이었다.

 

그런 뒤 며칠 후 어느 날 밤,

구약 말씀 어느 한 부분을 차분히 읽던 중,

나는 그대로 그 자리에서 소스라치면서 얼어 붙어 버릴 수 밖에 없었다.

 

그 시체를 나무 위에 밤새도록 두지 말고 당일에 장사하여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게 기업으로 주시는 땅을 더럽히지 말라”( 21:23)라는 구약의 율법 본문이 눈에 확 들어왔다.

 

이게, 뭐지?

그럼, 내가 바로,

이 우주적 사건의 주인공이었단 말인가?

내가?

 

하나님의 명령이자, 우리 유대인들이 반드시 이행하여야 하는 율법이 나로 인하여 완성되었다는 이 엄청난 사실 앞에서, 나는 그저 망망히 주저 앉아 무릎 꿇고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온 밤을,

눈물과 감격,

감사와 충격,

내가 무언데?

내가 누군데?

나야말로 아무짝에도 쓰잘데기 없고 허물 많고,

좌악의 본좌이며,

더럽고 추하고,

음흉하고 가식 덩어리이며,,

냄새 나고 허접스런,

그런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 나를 그 도구로 쓰셨구나!

나로 나 됨은 단지 하나님의 은혜일 뿐이며,

영광은 오직 하나님에게만 속한 것이로구나……

 

일기 한 켠에 내 눈물 자국이 선명히 찍혔다.

그 날의 온 밤은 그렇게 사위어져 갔다.

 

그는 강포를 행하지 아니하였고 그의 입술에 거짓이 없었으나 그의 무덤이 악인들과 함께 있었으며 그가 죽은 후에 부자와 함께 있었도다”( 53:9)

 

김문경 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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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 새벽별 2019.3.31 22:00

    상상력이 대단하신 것 같아요. 잘 보고 갑니다^^

  • 박경준 2019.3.28 16:38

    시신을 거두는 자 아리마대 요셉의 삶을 살기 원합니다. 할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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